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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에서

모든 것은 기획이다

오늘은 광고 기법이 아닌 조금 더 본질적이 이야기, 그래서 답이 없는 기획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사실 크게 보면 누구나 기획자이고 모든게 기획이다. 우리는 어떻게 일을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의를 내리려고 한다.

나는 스튜디오MX를 ‘마케팅 대행사’라고 정의 내리고 싶지 않다. 우리는 단순히 마케팅 대행을 넘어, 다양한 클라이언트의 문제점과 그에 따른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아마도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의 ‘서비스’, ‘상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서비스’란 무엇인가, ‘상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MX는 자체리뷰관리 클라우드 ‘서비스’를 개발 및 운영하고 있으며, 의약외품 ‘상품’ 몇 종을 제조/생산 및 유통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이제까지 수많은 서비스를 기획하고 상품을 만들어 오면서 우리의 정체성은 ‘커머스’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됐다. 무언가를 기획하는 과정은 항상 수많은 불확실성의 집합이었는데, 결국 이런 불확실성의 끝에는 ‘이번 광고소재가, 프로젝트가, 기획이, 아이디어가 먹힐까?’에 관한 물음들이 있었고 이것은 항상 시간을 지체시키는 큰 장애물들이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어떤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과정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다. 하지만 어떤 것을 유지하고 어떤 것을 버릴 것인지 선택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예를 들어 “버튼을 오른쪽에 둘까 왼쪽에 둘까?”와 같은 굉장히 단순해 보이는 문제도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양쪽에 버튼을 만들자”같은 해결책이나, “세상엔 오른손잡이가 많기 때문에 버튼은 오른쪽에만 위치시키자”와 같은 해결책이 있을 수 있다. 어쩌면 ‘양쪽’도 ‘오른쪽’도 아닌,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감수성이 풍부한 ‘왼손잡이’가 훨씬 많아서, 결과적으로 버튼을 ‘왼쪽’에 위치시키는 제3의 결론이 맞을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우리의 왼손잡이 고객은 버튼 자체를 싫어할 수도 있다.

이렇게 기획은 항상 서비스의 본질인 ‘고객’이 누구이고, 고객의 ‘니즈’가 무엇인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으로 귀결된다. 그런 의심 끝에 ‘우리 서비스를 좋아할 만한 고객들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고객의 ‘모든 니즈’를 해결해 줄 것인가, 아니면 고객의 가장 ‘핵심적인 니즈’만 해결해 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여기서 또다시 ‘모든 니즈’는 정말 그들의 모든 니즈이며, ‘핵심적인 니즈’는 정말 그들의 핵심적인 니즈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이런 고민들은 끝이 없다. 만약 어떤 기획자가 극단적인 확신을 갖기 원한다면, 전 인류 70억 명을 모두 같은 시간, 같은 조건에서 전수조사해야 할 것이다. 기획자가 의심이 많고 확신이 없으면 이렇게 완벽한 근거를 갖기 위해 불가능한 실험을 계속 하며, 아무 결과도 얻을 수 없는 오류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기획자는 적절한 타겟과, 그들의 평균적인 니즈와, 이것을 관통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해답은 기획자가 ‘적절한 평균’을 찾는 것이고, ‘과도한 의심’을 갖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기획자가 찾아야 하는 그 ‘적당함’ 이란 무엇인가? 또 ‘과도함’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기준을 넘지 않은 정도”를 적당하다고 하고, “그 기준을 넘어선 것”을 과도하다고 한다. 적어도 상업적인 서비스 기획에서 적당한 것은 충분히 ‘보편적인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며, 과도한 것은 예외적으로 ‘특수한 것’이어서 비용이 발생하는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돌이켜보면 나는 이 모든 질문들이 “보편성과 특수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인 것 같다.

보편성과 특수성, 그리고 비즈니스의 지속성

그렇다면 아마도 보편성과 특수성을 나누는 기준인 절대적인 진리가 필요할텐데, 과연 시대를 관통하며 전인류가 공유하는 진리가 존재하는가? 만약 그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감히 누가 명문화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기획자는 존재 자체가 불투명하면서, 있다고 하더라도 정의할 수 없는 것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근본적인 철학의 층위에선 어떤 기획이든 무용해진다. 어차피 기획 단계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

결국 우리는 과도한 의심을 버리고 적절한 평균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 오직 해야만 하는 일은 ‘적절한 평균’을 찾기 위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을 하는 일이다. 과도한 의심을 하지 않기 위해, 검증의 수준은 비즈니스모델이 작동(working)할 수 있느냐, 지속적으로 사이클을 순환(continuity)할 수 있느냐로 제한해야 한다. 비즈니스모델리에서 스프린트(Sprint), 에자일(Agile)이나, 린(Lean)방식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말이 쉽다. 이런 말을 하는 나도 앞으로도 갈팡질팡하며 이도 저도 아닌 선택을 내리게 되겠지만, 이제 그 기준을 보이지 않는 “진리”가 아니라 오직 비즈니스모델의 “Working & Continuity”을 기준으로 둘 것이다. 기획자는 답을 찾는 사람이다. 그리고 설득하는 사람이다. 적당한 수준의 검증을 통해서 적절한 평균을 찾았다면, 그 이상 완벽한 해결책은 없다. 그것으로 스스로를 설득하고, 구성원을 설득하고,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Working & Continuity”에 관한 피드백이 있다면 당연히 다시 기획하고 가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쓸데없는 의심을 갖지 않도록 모두에게 확신을 불어 넣어야 한다.

이제야 기획자에게 인문학적인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 검증은 기획자 스스로와 구성원, 그리고 고객에게 확신을 주기 위한 도구일뿐, 최종적인 순간에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 대한 결정은 확신을 품은 주관적 감성과 보편적 상식이 내리기 때문이다. 당연히 검증은 필요하다. 하지만 항상 검증과 분석을 위한 시간은 제한되어있고, 무한하더라도 완전한 검증은 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검증이란 그 방식이나 해석의 관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런 불완전한 것 보다야 인간을 이해하는 감성이나 직관이 수많은 검증이나 분석보다 중요할지도 모른다.

 

스튜디오MX는 마케팅 대행을 위해 존재하는 회사가 아니라, Market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논문을 쓰거나 과학을 발전시키는 일을 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주어진 자원으로 필요한 일들을 하는 것이 그리고 그렇게 벌어들인 초과수익으로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철학을 가진 회사이다. 우리에게 기획이란 현실이며 팔리기 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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